칼라일의 신마법공식 [주식시장을 더 이기는 마법의 멀티플] 리뷰

칼라일의 신마법공식 [주식시장을 더 이기는 마법의 멀티플] 리뷰

토비아스 칼라일이라는 '어콰이어러스 펀드'의 설립자가 저술한 책이다. 저자의 이름은 생소하지만, 역자가 이건 선생님이니 '믿고 봐도'좋지 않겠나. 책의 표지에는 '그린블랫의 마법공식을 능가하는 칼라일의 신마법공식'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 부분은 저자가 직접 쓴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비록 출판사가 자의적으로 붙인 부제라 하더라도 책 본문 곳곳에서 그랜블릿의 마법공식이 언급되므로 아예 부적절한 부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니까 그린블랫의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의 존재에 대해 종종 언급이 되니만큼, 만약 아직 읽지 않았다면 이 책도 한번 구해다 읽어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그린블랫의 책 또한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면서도 투자에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책은 총 350페이지 분량 중 1/3가량을 부록에 할애했다. 미국에서 쓰여진 책들은 으례 미국 실정에 맞춰 서술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역자가 단순 번역가가 아니라 투자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라면 이런 팬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는 것 같다. 본문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1~5장 서론, 6~13장 본론 정도로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1-5장 

가치투자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 대중들의 심리를 거스르려는 노력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치투자 서적들은 공통된 내용을 서술하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저평가된 기업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고, 대중의 선호도에서 뒤로 밀려난 기업들이다. 이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대중의 심리를 거슬러 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과 무조건 반대로 가는 것이 성공하는 투자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대중으로부터 동떨어진 '독자적인 견해'이면서도 '옳은 견해'를 가질 줄 알아야 한다. 옳기는 하지만 대중들의 심리에 편승한 투자인 경우는 어떠한가? 대중보다 한발 빨리 움직일 수만 있다면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비트코인 붐이 일었을 때, 그 상승 사이클이 워낙 거대하므로 거품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 사이클에 올라탔던 기억이 있다. 5천만원 정도 투자하여 1천만원 정도 수익을 냈는데, 짧은 기간에 20% 수익이라면 아주 적은 수익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대중보다 한 발 빨리 내리기만 하면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진정한 대박은 '독자적인 견해'+'옳은 견해'의 교집합에서 발생하다. 대중이 외면한 기업을 선택하였는데 그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을 경우 20% 정도의 수익이 아닌, 중장기적 기간에 걸쳐 수백퍼센트의 수익을 낼 수 있다. 

 

6-10장 

책의 제목인 '마법의 멀티플' 공식에 대해 본격 살펴볼 차례이다. 공식이 나오기 전에, 저자는 '훌륭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매수하는 것보다, 평범한 기업을 저렴한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이는 버핏이 '훌륭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 낫다'며 언급했던 부분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부분이다. 저자인 토비아스 칼라일은 '훌륭한 기업'은 결국 평균회귀에 의해 다른 시장 참여자들의 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고, 높았던 성장성은 결국 낮아질 수 밖에 없으며, 독점적 지위를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드물게 특수한 '해자'를 지닌 기업들은 이 독점기간을 장기간 이어나가지만, 이러한 기업을 발굴해 내는 능력은 역시 특수한 투자자의 능력에 해당하며 워렌 버핏이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가 스스로 탁월한 기업을 발굴해 내는 역량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을 경우, 평균에 회귀할 일만 남은 고평가된 주식을 매수할 확률만 높아진다는 뜻이다. 일단 대부분의 투자자가 워렌 버핏과 같은 혜안이 없다는 점만은 명백한 팩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마법의 멀티플은 어디까지나 '기업을 인수하려는 자'의 시선으로 주가를 바라본다. '기업 인수에 들어가는 총비용'과 '기업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을 비교하는 것인데, 만약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있다면 이 부분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당연히 부채 역시 차감 반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PER은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금액이다. 여기에 마법의 멀티플은 보유현금(혹은 부채)를 추가 반영하며 당기순이익 대신 영업이익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시가 총액 1000만 달러, 보유현금 500만 달러, 영업이익 100만 달러인 기업은 만약 내가 1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하게 될 경우 보유현금 500만 달러는 바로 회수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영업이익이 1년에 100만 달러이니 5년만 기다리면 투자금을 전액 거둬들일 수 있다. 이 경우 마법의 멀티플은 5이다. 

만약 시가총액 1000만 달러, 부채 500만 달러, 영업이익 100만 달러인 기업은 1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고 하더라도 영업이익 100만 달러 수준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무려 15년이나 걸리므로 마법의 멀티플은 15가 된다. 

두 기업의 PER는 비슷한 수준이다. 

 

11-13장 

마법의 멀티플을 실전에 적용하는 내용에 해당한다. acquirersmultiple.com/ 사이트를 통해 시가총액 상위 1000종목 중 최대 저평가 종목 30개를 무료로 검색해 볼 수 있다. (유료 서비스는 연 $500 정도 되는듯) 일종의 퀀트 투자가 가능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법의 멀티플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이다. 시가총액이 일정 이상 수준이 되는 30종목을 마법의 멀티플에만 의존하여 기계적으로 매매했을 경우 S&P 뿐 아니라 마법공식도 지극히 상회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스몰캡 미들캡 라지캡 각각의 수익률을 비교하였으며 미들캡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는 것 외에는 마법의 멀티플 공식은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본문에서는 퀀트투자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돌릴 때 어떤 조건들을 설정하고 돌렸는지도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다.  한가지 의문점은 마법의 멀티플로 선정된 30종목 중 상장폐지되는 종목들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하는 부분이다. 분명 종목 수가 수십개나 되고 무려 40년이나 넘는 기간을 후행적으로 시뮬레이션 했다면 상장폐지 되는 종목들도 더러 있었을텐데 말이다. 비단 기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여러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해서 중도에 상장폐지 되는 경우들이 있기는 할텐데, 그런 기업들의 loss를 모두 반영하고서 1만달러가 1490배 뻥튀기 되었다면 정말 대단한 투자이론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주식시작을 이기는 작은 책'과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나 역시 그린블랫의 책을 읽어본 지 꽤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서재에 꽃혀 있는 오래된 책을 다시 꺼내서 읽기로 하였다. 최근 읽었던 여러 투자 서적 중 번역이 매끄럽고 내용이 유익하여 주변 지인들에게도 여럿 추천하기도 하였는데 과연 몇이나 읽었을지 궁금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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