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 리뷰

하워드 막스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 리뷰

 

오크트리 캐피털(Oaktree Capital)의 회장 '하워드 막스'의 저서이다. 저자 소개글에는 '월스트리트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가장 저명한 가치투자자' 라고 소개되어 있으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그 '가치투자'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요즘과 같이 초유동성 장세에서 고전적 가치투자가 과연 얼마나 효용이 있는지 다소 의문스럽기는 하지만, 거시적으로 경제는 늘 사이클이 반복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이클에 대한 대략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한번 쯤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은 된다. 강력하게 추천할만한 책은 아니고.. 

 

경제는 늘 사이클을 탄다. 주가도 사이클을 탄다. 초장기적으로 광활하게 우상향하는 주가 차트나 경제 지표 역시 무수히 많은 사이클의 합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가치투자자들의 생각은 '개인이 경제 사이클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저평가 된 우량주를 장기간 보유함으로서 시장 수익률을 초과해야한다는 것이다. 반면 하워드 막스의 책에서는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사이클들이 있으니 이걸 잘 공부하고 주시한다면 사이클의 파도를 잘 타면서 초과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하워드 막스도 예측을 자신하는 것은 아니다. '예측할 수는 없지만 대비할 수는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리하여 하워드 막스가 제시하는 사이클의 종류는 경제 사이클, 이익 사이클, 심리 사이클, 신용 사이클, 부실채권 사이클, 부동산 사이클 등등.. 이러한 사이클들에 대해 개인투자자가 예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은 된다마는,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사실이 '사이클에 대해 몰라도 된다'는 뜻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사이클의 평균을 0이라고 봤을 때, 양(+)의 사이클을 타는 매 순간, 적어도 음(-)의 사이클을 탈 순간이 언제든 찾아오리라는 인사이트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사이클을 타면서도 내가 지금 양의 사이클을 타는지, 음의 사이클을 타는지 돼지처럼 주는 사료나 먹고 살아가는 투자자가 될 수는 없으니. 

 

책은 총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3장은 사이클에 대한 하워드 막스의 총론같은 서술로 이뤄져 있고, 4~12장은 사이클의 종류, 13~18장은 사이클에 대한 대응으로 서술되어 있어 한 권의 책이 꽤 잘 짜여져 있는 느낌이다. 책을 크게 3단으로 나누어 간략하게 요약해보자면 

 

1-3장 

사이클이란? 사이클의 성격 및 규칙성 

 자산의 가치는 가격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내재가치는 어느정도 추정이 가능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과 감정에 따라 내재가치보다 부족하기도, 때로는 넘치기도 하는 가격이 부여되는데 이러한 가격 경향은 사이클을 만든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은 수차례의 사이클을 겪어볼만큼 충분히 경험이 풍부하지 않으며, 과거의 사이클로부터 가르침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뛰어난 투자자들은 사이클에 주의를 기울일 줄 알기 때문에 사이클의 위치에 따른 본인의 포지션을 결정할 줄 안다. 

 상승 (또는 하락) 국면의 초입인지, 막바지인지 아니면 위험한 국면인지 지나치게 회피성향 국면인지 판단할 줄 아는 통찰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요소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잃지 않는 투자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 

 

사이클에는 시작점이나 종료점이 없다. 사이클이 왜 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언제 끝나는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사이클이 시작된 뒤로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하락 구간의 끝이 가까워 졌는지 가늠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른다. 사이클은 선(장기추세, 평균)을 중심으로 진동하므로, 선이 어느 정도에 위치했는가 파악하는 능력은 필요하다. 그 선을 따라 고점 또는 저점에서 중간을 향해 되돌아가는 '평균을 향한 회귀' 현상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4-12장 

위험에 대한 태도의 사이클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은 인간의 기본성향이며 위험한 투자처일수록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이성적인 경제행동이다. 국채 5년물보다 밴쳐캐피털이 최소 5~10배 이상 수익률을 제공하지 않으면 아무도 벤쳐캐피털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벤쳐캐피털이 5~10배나 좋은 투자처는 아니다.) 

 다만 투자자들의 이러한 '위험 회피 성향'에는 사이클이 있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지나치게 회피하는 시기도 있지만, 위험을 과도하게 수용하는 시기도 있는 것이다. 요즈음과 같이 낙관주의, 탐욕이 커지면 원래보다 위험을 덜 피하는 경향이 커진다. 이러한 시기에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줄어들게 되어 더 위험한 투자처라고 해서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쉽게말해 금융시장이 호황일 때, 저질의 금융상품에 고가에 물리는 사람들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리스크/수익률 그래프의 기울기가 완만하게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상황이 비관적이면 투자자들은 리스크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된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리스크를 짊어진 상품은 가격이 떨어지게 되고 손실 발생 가능성이 낮은 가격에 도달하게 된다. 투자자들은 공포에 물들게 되고 위험회피 성향이 과도하게 된다. 합리적이고 침착한 투자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매수기회로 삼을 수 있다. 

 

신용 사이클 

 여기서 신용이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으키는 부채와 관련이 있다. 모든 기업들은 부채가 있으며, 아무리 부채가 낮은 기업이라고 해도 단기 부채나 어음 정도는 존재하기 때문에 신용사이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러한 신용사이클은 앞장인 리스크에 대한 사이클과 관련이 높은데, 대출과 채무가 느슨해졌다가 조여졌다가를 반복하면서 신용 사이클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경제가 좋으면 대출이 느슨해지고 위험회피 성향이 사라지며 낙관적이 되지만 대출 총량이 커지고 부실이 늘어나면 결국 대출기관의 위험회피 성향이 늘어난다. 이는 금리 상승, 여신 규제 등의 상황 으로 이어지는데 점점 자금이 조여지며 사이클의 저점에서는 부실기업들의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며 대출자들과 부실기업들의 파산이 발생한다. 

 

부실채권 사이클 

 주로 하이일드 채권에 관한 스토리. 하이일드 채권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투자처이지만 개중 우량한 하이일드 채권들에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이 확인 되면 투자자들이 하이일드 채권에 대해 점점 확신을 가지게 된다. 하이일드 채권시장에 자금이 몰리게 되면 종래에 비해 낮은 신용도의 채권들도 발행되게 되면 결국 무분별한 신용확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외부적 사건들에 의해 거품이 터지게 되면 다시 하이일드 채권을 기피하는 환경으로 돌아온다.

 

부동산 사이클 

 부동산 산업의 특징은 긴 리드타임(lead time)이 존재한다는 것. 집이 부족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새로운 집을 짓고자 해도 완공 및 입주까지 시간이 최소한 몇 년 소모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부동산 개발 사이클 역시 정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것. 불황기에 건설 활동이 감소하면 건설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 진다. 하지만 경제가 턴 하게 되면서 부동산 수요가 늘더라도 불황기에 건설공급이 이미 줄어들었으므로 수요 대비 공급은 부족한 상태. 임대료와 매매가는 높아지게 되고 부동산 개발자들의 건설 의욕이 되 살아난다. 자본제공자들이 낙관적으로 변하며 자금 조달이 쉬워지는데 이는 공급 과잉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나중에 착공한 건물들이 완공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며 그 사이에 첫번째 완공된 건물들이 충족되지 않은 수요를 파고 든다. 

 

 

마켓 사이클의 정리

 결국 투자자는 사이클에 따른 상승과 하락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저자가 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주식 가격이라는 것이 실적과 정비례하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감정적이고 심리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긍정적일 때는 투자자들 역시 한없이 긍정적이 되면서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을 감소시키고 자산가격을 상승시키지만, 상황이 역전되면 한없는 비관론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시장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게 되면 합리성이 결여되고, 확증 편향을 가지게 된다. 강세장에서는 허황된 이야기도 수용하는 분위기이지만, 약세장에서는 지나친 회의주의에 빠지게 된다.

 

13-18장 

마켓 사이클에 대응하는 방법 

 늘 사이클이 존재한다면 결국 투자자는 이에 대응하는 수 밖에는 없는데, 저자 본인도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단지 오르내리는 사이클 어디쯤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지나치게 긍정적인 심리로 인해 급등할 때 매수한다거나, 패닉에 빠져 낮은 가격에 매도하는 것을 피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을 평가하기 위해 저자 나름의 지침을 소개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확률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정확히 아는 것과는 분명 다르며 이것이 대응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주가가 주식의 내재가치 주변에서 맴돌때가 아닌, 강세장과 약세장 양 극단에서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내 생각)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