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일 마지노선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하루씩 D-day를 차감해 나가고 있자면 참 시간이 더디 흐른다. 전역할 날만을 기다리는 군인마냥, 출소일을 기다리는 죄인마냥 D-day만을 기다리는 생활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생활이다. 생각을 좀 바꿔, 20개월동안 할 수 있는 일들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은퇴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은퇴 후 몇달 뒤면 미국으로 넘어갈 것이므로, 한국에서 생활할 날 자체도 이제 2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 편이 유익할 것이다.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 것이다. 일단 대충 생각나는대로 당장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자. - 국내 여행 다니기 - 커피 기술 배우기 - 책 주문해서 읽기 - 오래 된 지인들 만나기 -..
결혼한지 거의 10년이 된 우리 부부.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우린 마음놓고 놀러 다녔다. 신혼 초, 아내의 커리큘럼이 아직 채 끝나지 않아 시간이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둘의 일정만 맞출수 있다면 어디론가 놀러 가곤 했다. 그마저 커리큘럼을 모두 끝낸 다음 부터는 ‘어떻게 하면 시간을 쪼개 가까운 일본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고민이었다. 시간은 많은데 돈이 없는 시절 비교적 휴가기간이 긴 여름, 겨울 휴가에는 더 멀리, 더 럭셔리하게 다녀오고 싶었으나 문제는 돈이었다. 1박에 수십만원씩 하는 숙소로 1주일만 다녀와도, 숙박비로만 수백만원이 깨져 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를 감당할 월급은 받고 있긴 했지만 월급을 진탕 여행경비로 써버릴 수는 없었다. 자가 주택도 없..
해외에 1년 이상 장기체류를 하려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돈문제이다. 만약 일하러 떠나는 것이라면 그나마 소득 문제는 해결 가능하지만, 쉬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면 돈이 모일 일은 별로 없고 돈을 쓸일만 많을 것이다. 지출할 돈은 그동안 준비해 온 캐쉬 플로우로 충당하면 된다. 하지만 돈문제라는 것은 매달 발생하는 고정비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해외 체류 중 발생 가능한 돈문제 중 하나는 바로 대출이다. 신용대출이건 담보대출이건, 내가 한국에 체류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민첩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해외 체류 중 급전이 필요하게 되면 새로 대출을 일으키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엔 인터넷은행들을 통해 그나마 비대면 대출이 가능하지만, 카카오뱅크의 경우에도 구비서류들이 ..
2년간 미국에서 거주하기로 마음먹었더니, 자금 계획에 큰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시간이 2년 남았다고 해도 cash flow 에 큰 무리가 없도록 준비하려면 그리 넉넉한 기간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애당초 국내에 거주하며 여름, 겨울마다 틈틈이 나가서 국제경험을 해보려는 계획에서는, 나머지 기간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을텐데, (알바를 하던, 대출을 하던) 미국에 1년 이상 거주하게 되면 이런 방식들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물가가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오르는 미국 최근 인플레이션이 급등함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이 심하다고 한다. 그나마 9%..
내후년, 아이들과 함께 미국에서 2년동안 살기로 계획하였다. 이 전 글에도 언급하였듯이 2년 뒤에는 파이어족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현재 내 집에 거주중인 세입자 분께서 퇴거 후, 입주하여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를 가꿀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득, 그럴바에야 이번 기회에 미국에서 2년간 거주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도 커리어 업그레이드차 연구 경력을 미국에서 쌓고, 초등학교 저학년이 될 아이은 미국학교에서 공부도 할 겸, 미국이란 나라의 문화와 다양한 인종에 대한 경험까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적당한 선에서 정리해야 할 타이밍이 되었고, 이참에 잠시 쉬었다 갈 시간이 필요하다. 겸사겸사 2년이란 시간을 온전히 내 가족과 함께..
지난주 세입자와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이번 재계약이 끝나게 되면 퇴거해달라고 요청드렸다. 세입자분은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어차피 임대인이 실거주 예정이라면 언제고는 이사를 가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입주 일정을 우리 편의에 맞춰 조율해주신다면 이사비도 보조해드리겠다고 하니 동의해 주셨다. 이로써 내 파이어 일정은 어느정도 결정이 되었다. 조기은퇴가 눈앞에 성큼 다가온듯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도 결코 얕볼 수 없는 시간이긴 하다. 그 기간 동안에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준비하다보니 어떤 것들은 계획대로 되고, 어떤 것들은 안되는데, 가장 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것이 자산의 가치인 것 같다. 그나마 고정된 인컴플로우는 큰 변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