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리츠 (2) - 상관관계

인플레이션이 시대에 리츠는 어떤 운명을 밟게 될까?
사실 한국의 상장리츠 시장은 역사가 매우 짧아 한국시장에서의 인플레이션 리츠간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는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좋든 싫든 미국의 리츠시장을 살펴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금리가 오르니 부동산은 별로 아닐까? 금리가 오르면 상업용 부동산은 타격을 입는다던데 리츠도 부동산 베이스의 상품이니 당연히 인플레이션에 취약하지 않을까?

상황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배경지식에 대해 조금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다. 

 

1. 인플레이션 = 현금가치 하락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유지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화폐가치가 조금씩 하락하는 상황을 용인한다는 뜻이다. WHY? 

현금가치가 매년 상승한다고 가정해보자. 돈을 쓰지 않고 금고에 놓더라도, 내년에는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소비를 유도하기 매우 힘들어진다. 소비가 줄어들면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가 줄어들고 경제는 성장하기 힘들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 유지되어야, 그러니까 현금을 그냥 금고에 넣어두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어야 사람들은 은행에 금리 높은 상품도 찾아다니고 투자도 하고 또 소비도 하는 것이다. 

 

2.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하여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린다 

중앙정부는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좋은 것이라고 보지만,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바라지는 않는다. 높은 물가-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만 보더라도- 왠지 서민들이 살기 힘들고 뭔가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가? 임금노동자들의 소득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여 상승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물가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보통의 국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고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정치인들까지 수저를 얹게 되면 고물가는 반드시 때려 잡아야 할 나쁜 것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린다. 금리를 올리고 시중은행 자금을 흡수하여 현금의 가치를 올린다. 정부에서는 현금 가치가 매년 조금씩 하락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인식하지만 현금이 똥값이 되는 상황은 절대 바라지 않는다. 휴짓조각이 된 현금을 가지고는 국민들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미지근한 것이 좋은것이다. 골디락스. 

 

3. 물가가 오르면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가 떨어진다. 

실질금리 = 명목금리(nominal interest rate) - 물가상승률이다. 명목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중앙은행에서 제시하는 금리이다. 명목금리가 아무리 10%에 육박한다 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 10%가 되어버리면 은행에 돈을 넣는 보람이 없어져 버린다. 100만원이 110만원으로 돌아와도 세금을 떼고나면 오히려 물가상승률 감안하였을 때 실제로는 마이너스가 나버리는 상황인 것이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실질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실제로 2020년 명목금리가 1%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니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을 적용한 실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하게 되었다. 물가 상승률은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데 금리만 인하하니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금리는 물가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4. 부동산은 지대상승+임대료로 수익을 내며, 리츠는 자본이익+배당이익으로 수익을 얻는다. 

부동산의 지대상승과 리츠의 자본이익은 같은 뜻은 아니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리츠가 보유한 자산은 NAV(net asset value)로 평가되며 자산들의 감정가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임대료는 리츠의 매출과 직결되며 금융비용, 부대비용 등을 제외한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하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리츠를 개념적으로 접근할 때에는 부동산의 가치 상승으로 자본이익을 먹고, 임대료로 배당이익을 또 먹는다.. 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수월하다. 물론 여기에 자산운용사들이 운용의 묘를 발휘하여 자산에 대한 차익거래 (물론 손실도 가능)를 수시로 할 수 있으므로 변수는 있기는 하지만 대략적으로는 그렇다는 뜻이다. (최근 코람코에너지리츠는 보유자산을 매각하여 자본차익을 남기고 이를 배당이익으로 환원하였다.) 

 

고(高)인플레이션 시대에는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건의 값이 오른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며, 가장 처음 반응하는 것은 원자재(commodities)이다. 돈을 가진 사람들은 많은데 (혹은 화폐의 가치는 낮은데) 목재, 철광석, 원유, 농산물 등의 생산은 한정되어 있다. 수요가 늘면 공급도 늘릴 수 있지만 원자재의 대부분은 즉각적인 생산량 증설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여기에 외부요인 (전쟁 등)에 의한 공급감소까지 이어지면 원자재의 가격은 치솟기 시작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내 지갑에 직격탄을 날리기까지 큰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원자재를 매입하여 모종의 결과물을 생산하는 생산자들은 즉각적으로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고 싶어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High inflation 시대에는 원자재(Commodities)의 가격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오른다. 

 

리츠는 어떠한가? 기본적으로 리츠의 기초자산은 부동산이며, 특히 임대 가능한 부동산이다. 어떤 리츠들의 경우  물가지수와 연동하여 임대료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상당한 강점이 된다. 사실 현 시점에서 가장 좋은 리츠는 CPI연동 리츠를 마구 주워담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경우 부동산 자산은 임대차시장에서 원자재시장과 비슷한 포지션에 놓이게 된다. 돈을 가진 사람은 많은데, 세입자들이 임차하고 싶은 공간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임대료는 수요-공급의 시장원리에 의해 오르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임대료에 전가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리츠의 배당가능 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반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금리가 오르게 되는 경우, 저인플레이션 시대에 대비 리츠의 자산가치 상승 압력은 둔화하게 된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경쟁 자산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낮은 경우 부동산 자산은 주식, 채권과 비슷한 포지션에 놓이게 된다. 저물가+저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주식들의 yield가 점점 낮아지며 채권 수익률도 낮아지는데, 바꿔말하면 주식과 장기채권의 가격이 오른다는 뜻이다. 이 시기에는 주식의 수익률이 가장 좋다. 한편 이들과 경쟁위치에 놓여있는 리츠에 기대하는 배당이익률도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리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리츠의 자본이익 증가이다. 실제로 저금리 환경에서는 높은 레버리지를 마다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낮은 임대수익률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동산 뻥튀기에 동참하려는 수요가 많아진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존재하는 이상 리츠는 계속 오른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에 따라 리츠의 자본이익이 늘어나는지, 배당이익이 늘어나는지가 달라질 뿐이다. 

이와는 별개로 원자재 가격 상승은 2차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 건물 유지 보수 관리비용이 증가하며, 신축, 리모델링, 증축 비용이 치솟게 됨에 따라 기존 건물들의 가격 역시 오를 수 밖에 없다. 

 

 

PS. 금리인상이 상업용부동산에는 악재라던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이라는 자산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헷지하는 성격이 강한 자산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그에 대한 부분을 임대료에 전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물가나 금리가 갑작스럽게 오르는 상황에서 이를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일반적으로는 임차인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내 건물이 요식업 위주의 자영업자 임차인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과연 월세를 즉각 인상 가능할까? 요즘과 같은 코로나 시국에? 만약 금리를 임대료에 즉각 전가하지 못한다면 상업용 부동산에는 어떠한 현상이 발생할까? 

다른 투자처(예적금, 채권) 등은 이미 3~4% 수익률을 제공하는데, 상업용 부동산만 여전히 2% 임대수익률을 제공한다면 부동산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수요가 당연히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대출금리 인상은 바로 반영될 수 있다. 장기간 고정금리로 대출 계약이 되어있다면 큰 걱정 없겠지만 변동금리의 대출을 사용중이라면 금융비용 증가를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결국 임대료에 물가상승분과 금리인상분을 전가할 수 있다면 다시 부동산의 가치는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동안의 물가상승률은 지가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게 되므로 어느순간 돌아 보면 가격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부동산 수익은 임대수익+매매차익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된다. 비록 2%밖에 안되는 임대수익률이라 하더라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대 상승으로 낮은 yield를 충분히 커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물건by물건, 입지by입지, 케이스by케이스. 다만 확실한 것은 금리를 많이 올릴 것 같은 금리인상 초입에서는 무리한 신규 진입은 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 바닥에서 부동산 뻥튀기를 매수했다면 금리인상시 조금 고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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