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리츠(REITs) (1) - 히스토리

2022년은 전세계 인플레이션 도화선에 불이 붙는 해가 될 것이다. 이미 작년부터 인플레이션은 꿈틀거리기 시작했으며 한국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무려 2.5%나 되었다. 2.5%는 과거 한국의 고속성장 시절 인플레이션과 대비하였을때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최근 10년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는 너끈히 3%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다.

유럽 미국의 경우에도 엄청난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작년에 이미 5~8%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였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이 고도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였는가?

시계를 조금만 뒤로 돌려서 2008년 금융위기 시절로 돌아가 보자. 당시 미국과 유럽은 금융위기로 인해 발생한 불황에 대해 경기를 부양해야할 무거운 압박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수차례의 양적완화를 단행하였고 유럽은행도 상당한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금리는 이미 내릴대로 내려서 더 내릴수가 없는 상태였으며 중앙은행들은 시중은행에 대해 마이너스금리를 적용했다. 십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국은 스스로의 유동성공급이 성공했다고 자평하며 금리를 서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반면 유럽은 아직도 미국만큼 빠른 금리 회복이 어려웠고 여전히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하며 경기회복, 성장회복을 기다리고 있던 차, 2020년 2월에 결국 그것이 터졌다.

#사건 1.
COVID 19

10년이라는 시간이라면 블랙스완 한두마리쯤은 충분히 출현 가능하다고 예상해봄직은 하지만, 그것이 팬더믹으로 인한 세계경제 셧다운이라는 것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글로벌 생산 밸류체인에는 급제동이 걸리고 여행, 외식, 오프라인 각종 활동들은 쪼그라들었다. 반면, 플랫폼, 이커머스, 메타버스, 원격의료, 각종 비대면 아이템은 그 동안 옭아매던 규제들을 단숨에 벗어던지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든 오프라인 사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플랫폼이나 신기술 IT종사자들을 상대적으로 소수라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 특히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화폐의 발권력이 뛰어나거나, 중앙은행이 채권을 대놓고 매입해도 화폐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나라들은 미친듯이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미 10년 전, 미국이 금융위기 시절 양적완화로 위기를 그럭저럭 넘겼다는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특히 미국의 유동성공급은 전례가 없을 정도였다.
결국 팬더믹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은 이슈였다. 백신이 공급되지 않던 스페인 독감 시대에도 2년이 경과하니 바이러스가 스스로 약독화되었던 것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각종 변이를 만들며 최종적으로는 가장 감염력이 높고 가장 치명률이 낮은 변이종이 최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서 그렇게 소강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에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은 리오프닝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스스로도 유동성 공급에 대한 반작용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금리인상 카드를 줄창 만지작 거렸던 것이다. 

 

유동성 공급이란, 맥주를 따르는 것과 같다. 충분한 양의 맥주가 따라지게 되면 항상 잔을 위협하는 거품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이 금리인상이다. 금리인상은 말 그대로 거품만 걷어내는 정도로 이뤄져야지, 잔에 담긴 맥주까지 퍼내게 되면 실물경제에 부작용이 발생한다. 금리인상을 급격하게 하는 것은 거품이 아닌, 맥주 자체를 퍼내는 것과 같다.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할 경우, 제로금리 시절에 벌려놓은 각종 가계와 기업 부채들로 인한 충격을 피할 수가 없다. 고금리 상황에 대처하지 않은 모든 경제주체가 타격을 입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은 점진적인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 하는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였다.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에 대한 포지션으로 시장과 밀고 당기는 액션을 반복하며,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항상 긴장하도록 함과 동시에 금리인상이라는 거대한 수송기의 연착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고 하였다. 금리인상이라는 이슈를 들고, 시장과 밀당을 잘하는 연준 의장, 그것이 이 시대 미 연준 의장의 제 1덕목이었다. 그러던 중 사건 2가 발생하고 말았다. 

 

#사건 2.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는 국민총생산 규모는 대한민국보다 작지만, 에너지 공급 특히 가스 공급으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일단 에너지 측면에서만 살펴보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도가 높았는데, 러시아 경제 제제로 인해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지 못하게 된다면 당연히 다른 에너지원으로 수요가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에너지 자원들은 순차적으로 가격이 오르게 되고, 에너지 단가의 상승은 즉각적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단가 상승은 모든 물가를 끌어 올린다. 그것도 다방면으로 상승시킨다. 배나 비행기와 같은 운송수단들의 운임단가가 즉각적으로 인상되고, 소비재와 중간재, 원자재 모두의 가격을 상승시킨다. 에너지 상승은 다른 원자재들의 생산단가도 연쇄적으로 상승시킨다. 목재, 철, 화학제품 등의 생산에는 모두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빵집에서 빵을 구울 때에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농사를 지을 때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문제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제가 단기에 걸쳐 해제되더라도, 기존에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던 국가들이 다시 러시아에게 가스 공급을 받을 것인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기존에 EU는 사용중인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했는데, 이번 전쟁을 통해 EU는 분명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고 의존도를 줄이려 들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는 상대적으로 증가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던 상품들의 공급 중단으로 인한 여파도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주요 농업국 중 하나이다. 밀, 감자, 옥수수 등의 생산량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당연히 세계 농산물 가격이 오른다. 

 

안그래도 팬데믹 상황에 벌려놓은 유동성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박이 있었던 각국 정부들은 이제 원자재(commodities) 가격 상승에 의한 압박까지 동시에 해소해야할 처지에 놓여버렸다. 확실한 것은 각국 정부가 예측하던 인플레이션 예상치보다 더 높은 물가상승률이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내 경우, 최근 수개월간 인플레이션 및 금리인상에 대비하여 리츠 포트폴리오를 세팅하였는데, 2월 말 러시아의 침공에 의한 물가상승까지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범위였다. 하지만 2020-2021년 2년간 벌려놓은 유동성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장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려나갈 수 있는 수단으로 리츠(REITs)를 선택하였으며 40억 가까운 자산을 쏟아넣었는데, 이 정도면 내 자산 규모를 고려하였을 때, 거의 인생을 올인한 포트폴리오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리츠는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음 포스팅에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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