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글로벌리츠, 한국에서 해외 빌딩 투자하기 (1)

비범한 능력을 갖지 못한 '일반적인' 투자자가 자산을 계속 키워나갈때 지켜야할 대원칙은 "손실을 최소화하며 복리로 계속 불려 나가는 것"이 단일 진리이다. 이보다 중요한 원칙은 없는데, 이는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자리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진이나 전쟁과 같은 천재지변이 아니고서야 땅과 건물은 보존되기 마련이고 (심지어 지진과 전쟁 이후에도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은 남을 수 있다!) 레버리지를 절묘하게 활용하여 부동산 수익률을 높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부동산의 가치가 물가상승률만 따라가도록 해 두어도,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 복리의 마법으로 해마다 일정 비율씩 오르기 때문에 저절로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주식투자의 경우, 아무리 안전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적절하게 수익을 낸 다음 다시 안전하게 수익을 내 줄 종목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장기간 유지해야하는데, 한국과 같이 소액주주의 권리보장에 소홀한 국가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그러한 전략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미디어 등에서는 간혹 삼성전자에 장투하여 초대박이 터진 개인투자자들이 등장하고는 하는데, 그 개인 투자자들이 현재 삼전의 메모리 왕국을 상상하고 20-30년전 발을 담궜을까? 순전히 우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LG, GS그룹은 개인투자자들 벗겨먹는 베테랑이고, 현대그룹은 쪼개졌으며, 한진은 악재가 터지기 전 주식을 팔고 튀었다. 대우는 공중분해 됐으며, 금호는 아무리 사업을 말아먹어도 박삼구가 관짝에 못질할때까지 계속 해먹을 예정이고, 심지어 포스코조차(잘 모르는 사람은 포스코를 국영기업이라고 할걸?) 물적분할을 했다. 롯데, 한화, 동양... 뭐 말을 말자. 

 

아마 워렌 버핏도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슈퍼개미 수준에서 생을 마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한국 증시는 돈놓고 돈먹기, 대주주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애당초 자본주의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한국,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 '재산권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주장한다는 것이 시기상조이기는 하다. 이는 재벌들도 마찬가지인데 두 세대만 건너뛰면 경영권을 박탈 당하기에 어떻게든 뒤로 재산을 꿍치면서 자기 주머니를 채워야 하는 상황인 것이고, 그게 안되면 대통령 뒷배에 경주마를 가져다 받치다가 정권 바뀌면 감옥가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본에 대한 이해, 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타인의 자산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에 대해 징벌적 수단으로 종부세 같은 해괴한 세금을 땅땅 때려부어도 전국민 중 절반은 박수를 치는 유사 자본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여과없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뚜드려 맞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중요한 것은 리스크를 바닥까지 끌어내리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플레이션을 비팅하는 수익률을 꾸역꾸역 내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1% 밖에 못 이겼다고 해서 억울할 필요는 없다. 오래 살면 언젠가는 5% 비팅하는 해도, 10% 비팅하는 해도 있으니 올해는 답이 안보인다 싶을 때에는 그냥 고금리 특판 예금이나 저축은행 쪼개기 저축에 만족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라는 뜻이다. 어쨌든 돈을 불리기만 하면되고 현금흐름을 마이너스로만 만들지만 않으면 된다. 

 

그러한 전략 중 하나로 리츠를 예로 들 수 있는데, 리츠 투자자가 목표로 해야하는 수익률은 어느정도 되어야 할까? 최소 연평균 10%는 되어야 한다. 

10%라는 수치는 근거없이 기분내키는대로 내뱉는 숫자가 아니라 미국 NAREIT가 S&P를 얼마나 outperform 했는지 비교한 데이터에서 근거한 것인데, 미국 리츠는 수십년간 연평균 13%대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S&P를 상회하는 수익률이다. 매년 부동산이 13%씩 오른다고? 물론 아니다. 

리츠 투자로 얻는 수익은 시세가 오를 때 얻을 수 있는 자본수익(capital gain)과 배당 등으로 지급받는 income gain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자산성장률 + 배당수익률이 리츠의 총 수익률인데 해마다 부동산의 가치가 3~4%밖에 오르지 않더라도 배당 수익률이 6~7% 정도를 채워줄 수 있다면 리츠 투자자는 연수익 10%를 달성할 수 있다. 대표적인 종목이 제이알 글로벌 리츠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현 주가는 5,250원으로 작년 공시한 반기 배당금 380원을 기준으로 하면 7.24%의 배당수익률을 제공한다. 자, 이제 자산가치 상승만 2.76% 정도 되면 연평균 10% 수익률 달성이다. 2.76%의 자산가치 상승은 어디에서 나올까? 바로 제이알글로벌리츠가 계약한 브뤼셀 파이낸스타워에서 나온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를 매입하여 임대를 하고 있는데, 이 빌딩에는 벨기에 정부 산하의 건물관리청이 2034년까지 임차중이다. 그리고 실제 임차하고 있는 부서들은 벨기에의 재무부, 복지부 등 주요 부처들이다.

관심있게 봐야할 부분은 임대료 산정 방식인데, 임대료를 벨기에 건강지수(health index)에 연동하였다. 건강지수라고 하여 무슨 보건지수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지수는 지극히 소비자 물가지수의 성격을 띄며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주류, 담배, 휘발유와 같은 일부 항목을 제외한 수치이다. 아마 소비세를 과하게 물리는 항목들을 제외한 순수 물가지수를 활용할 목적으로 만든 지수로 추정된다. 

 

이 벨기에 건강지수는 지난 15년간 연평균 1.84% 상승했다고 하는데, 최근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아마 전세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작년 1월대비 올해 1월 무려 7.1%나 상승했다. 

 

자, 그럼 제이알글로벌 자산성장률은 얼마인가? 엄밀히 말하면 리츠의 자산 평가액은 감평가를 기준으로 한 NAV, 순자산가치를 근거로 해야하지만, 감평가를 산정할 때에는 임대수익률을 역산하여 빌딩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도 활용한다. 후자의 방법을 활용할 경우 브뤼셀 파이낸스 타워의 가치는 1년간 7% 상승했다. 공모가가 5000원이고 현재가 5250원이니 이미 그 상승분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고? 음.. 아닌 것 같다. 공모가 5000원에 상장당시인 2020년 8월에는 건강지수가 110.2에 불과했는데 이것이 오르기 시작한건 2021년 7월부터였다. 지금 주가는 작년 7월 수준으로 건강지수의 급등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임대료가 인상될 순간이 온 것이다.

임대료는 매년 4월, 10월에 6개월치를 선납하며 전년도 12월 건강지수를 반영한다. 통계를 살펴보면 전년도 12월 건강지수(115.60)는 전전년 12월(109.88)에 비해 12개월간 5.20% 인상되었음 알 수 있다. 그리고 올해 1월 이미 3포인트가 또 올라있고 이 상승세가 올해 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12월 기준으로 하여 반영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과거 1년 자산상승률 5.2% + 배당수익률 7.2% = 12.4%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가격대에 진입하였으며 금리인상기에 최적의 피난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강해 금리를 인상해야할 상황이라면 벨기에 건강지수는 덩달아 올라있을 것이며, 금리가 오르지 않고 저금리 시대를 유지하더라도 고배당주의 매력은 충분하다. 

 

금리가 올라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럴 걱정은 고이 접어두는 것이 좋다. 파이낸스 타워에 대한 대출은 2024년말까지 고정금리 1.05% 이율로 사용 중이며, 만약 이 대출을 대환할 시기가 찾아왔을때 금리가 많이 상승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벨기에 건강지수는 더 높게 뛰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서두에 잡설이 길어져서 본론에 대한 서술이 다소 부족했는데, 다음 포스팅에서는 제이알글로벌리츠에 대해 조금 더 심도있게 파헤쳐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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