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폭락 유튜버들에 대한 단상

강남권에 첫 집을 계약한지 벌써 5개월 째. 내집마련의 소회에 대해 글을 남겼던 것도 벌써 3개월 전 일이다. 아직도 취득세 할부를 다 갚지 못한 상태라 요새는 돈 버는 재미가 없다. 돈을 벌어도 자산을 모으는데 쓰이는게 아니라 세금 할부 갚는데 쓰이니... 무슨 취등록세가 6천만원 가까이 하는걸까.. 어지간한 회사원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택 취득세로 내고 있는 중이다. 


다행스럽게도 주택 매입 후 몇 달 간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바람에, 부동산 수수료 및 취등록세 등을 모두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목표 자산총액을 1억 이상 상회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내가 매입한 주택의 경우 6월 KB시세 평균가격에서 10월까지 2억가까이 상승했는데, 내가 6월 말에 계약하였음을 감안하여 7월 KB시세를 기준점으로 잡게 되면, 10월까지 1.4억정도 상승하였다. 


현재는 내가 매입했던 금액보다 1.5~2억 높은 가격의 매물들이 등록되어 있는데, 1.5억 높은 가격에는 실제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듯 하고, 2억 높은 가격에는 아직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단순 호가로 판단된다. 부대비용 포함 투입된 자금 대비 상승 폭을 계산해봤더니 4개월간의 수익률이 17.8~23.7%에 육박하는 것. 연수익률로 환산하게 되면 71~95%에 이르는 엄청난 수익률인데, 요즘처럼 금리가 낮은 시절에는 이자로 인한 기회비용 손실을 거의 무시해도 될 지경이다. 물론 서울 주택은 실거주를 고려하고 있는 주택이기도 하고 마지막까지 매도 계획이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주택의 장부가격 상승 자체만으로 실익은 없다는 것이 함정. 재산세만 늘어날 뿐이다. 그저 조금 더 늦게 매입했더라면 근로소득을 그만큼 쏟아 부었어야 했겠구나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다. 


어쩌다 보니 지방 아파트까지 추가로 매입하게 되어 2주택자가 되었는데, 주택을 보유하다 보니 자연스레 주택 관련 뉴스나 유튜브 등에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다. 사실 보유주택이 없었을 때에는 이 정도 관심이 많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특히 유튜브는 관련 영상을 핸드폰 알람으로 띄워주는데, 그러다보니 부동산 폭락을 주장하는 유튜버들의 컨텐츠들도 가끔 보게 될 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유튜버들이 몇 있는데, 특히 재미있는 유튜버는 라이트하우스 아닐까 싶다. 검색해보니, 내가 서울 집값에 관심을 갖기 한참 전인 작년부터 송파구 헬리오시티 폭락을 주장했다가 많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전력이 있는 분이었다. 


그런데 올해 초에는 이런 영상도 남기셨더라. 그러니까 저 영상을 남긴 2월부터 10월까지 강남 아파트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장주인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 리버파크'. 하락의 가속화는 커녕 탄탄한 거래량을 급속히 줄여벌이더니만 7월부터 급등하여, 급기야는 평균가격이 33평기준 30억을 돌파해버렸다. 신고가 기준으로는 평당 1억원이라는 뉴스도 떴다. 


강남구 도곡동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도곡 렉'. 33평기준 2월 평균 19.2억 정도 하던것이 현재 21.7억 이상으로 올라버렸다.  


송파구 잠실동의 대장주인 '잠실 엘스'도 한번 살펴보자. 2월에 33평기준 15.7억 하던것이 평균 19억이 되었다. 신고가는 20억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있으며.. 마침 오늘 20평대 신고가 16.8억을 찍었는데, 2월만 해도 33평을 살 수 있었던 금액으로 이젠 20평대도 못 사게 되었다. 만약 엘스를 사려고 마음먹었던 사람이 저 영상을 2월에 보고 매수 의사를 접었다면 유튜버로 인해 4억의 기회비용을 날린 셈이다. 그 정도 재력이 있는 사람 중에 저런 컨텐츠를 신봉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물론 어떤 자산이건 무한정 오를 수만은 없다. 장기간 상승하더라도 잠깐 조정을 거치기도 하고 하락하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상승하기도 하고... 주식쟁이들이 좋아하는 파동을 그리면서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폭락론자들이 언제고는 떨어지겠지 하면서 인디언기우제마냥 같은 소리를 반복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장기간 꾸준히 상승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나도 몰랐다 ㅎㅎ 


요새는 뭐하고 있나 봤더니 아직도 이러고 있다. 영상을 몇 개 훑어봤는데, 집값하락의 논리는 짐작 가능한 수준이다. 현재의 집값은 모두 거품이고 투기꾼들의 작품이고 언론과 건설사들이 적폐다... 뭐 이런식인데ㅋㅋ  올해 초만해도 집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에서 집값을 올린놈들은 다 나쁜놈들이고 후대를 위해 집값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는 주장으로 뭔가 포지션이 묘하게 바뀌었다. 


이 분은 유튜버는 아니고 증권가 부동산 전문 애널리스트라는 이광수라는 분인데 팟캐스트 '신과 함께'에 종종 출연하는 바람에 별로 듣고싶지 않았음에도 그 분의 방송을 몇번 듣게 되었다.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본인은 2018년도에 서울 주택을 매도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 집값은 떨어질 것이다는 주장을 주구장창 하고 계신다. 올해 초에 출연했단 다른 방송분을 들어보면 그 때에도 역시 서울집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열심히 설명하고 계셨다. 위에 캡쳐한 8월 방송분에서는 '서울 집값이 오른게 아니다. 단지 전고점 부근을 회복했을 뿐이다. 오른게 아니다'고 주장하고 계셨는데, 이쯤되면 안타까울 지경이다. 저 방송 나간 8월 초부터 지금까지, 선도단지들은 가파르게 상승해서, 이미 전고점을 회복한 수준 정도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요새 뭐하고 계시나 봤더니 아직도 서울 집값이 30%는 빠질 것이라고 방송 출연하고 계시더라 ㅋㅋㅋ 


당연히 하락은 있을 수 있다만... 30% 정도 하락하면 국가경제부터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모르겠다. 내 경우를 살펴보면 30% 빠진다고 해도 4개월간의 상승분 2억 반납하고 3억 정도 추가로 더 빠지는 것일 뿐인데 겨우 이 정도로 자산 포트폴리오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실거주 하기 위한 아파트인지라 오르면 오르나보다 떨어지면 떨어지나보다 하는 것이다. 물론 갭투자로 이런 아파트를 막 10채 20채 가진 사람들은 파산을 피할 수 없겠지만 현재 국내에 이런 고가주택을 수십채 보유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결국에 오기는 올 조정장, 혹은 하락장. 그 하락장이 오게 되면 저런 유튜버들을 찬양하는 구독자들은 과연 강남권, 아니 서울에 내집마련을 할 수 있을까? 그 때가 되면 또 손가락 빨면서 더 하락하기만을 기다리다가 또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까? 아마 저 폭락 유튜버는 구독자들이 가져다 주는 유튜브 수익을 열심히 모아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폭락 유튜버를 신봉하는 구독자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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