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어디까지 달릴 것인가?

드디어 정부에서 전월세상한제,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 등 전례없는 부동산 강공책을 들고 나왔다. 무려 20여 회의 온갖 다양한 부동산 정책들을 계속 쏟아붓고 있지만, 부동산은 잡힐만 하면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과연 문재인정부는 부동산은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문재인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것은 2017년 5월인데, 진보정권의 특성상 토목, 건축산업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어 주택 공급에 대해 부정적인 정책을 펼 줄은 어느정도 예상했었다. 공급이 조금 줄어든다고 하여 가격이 폭등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금리에 있었던 것 같다. 문재인 집권 후 잠깐 오르는가 싶더니 2018년 이후 계속 떨어지기 시작하여 1.75% 하던 기준금리가 0.5%까지 떨어지게 되었다.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까지 금리가 떨어지고 나니 사람들은 확실하면서도 일정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줄 수 있는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고 그것이 부동산이 되었을 뿐이다. 돈을 들고 투자할 곳을 찾아 밤낮없이 헤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마당에, 특정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묵고 거래를 제한하고 세금을 무겁게 물리고 해봐야.. 그 옆동네에 투자하러 떠나버리면 옆동네가 다시 폭등하기 시작하는, 이른바 풍선현상이 3년 내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중 2020년 초,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경기가 붕괴되고 실물자산 하락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한동안 우세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증시는 전세계적으로 30~40% 하락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한국 부동산은 견조했다. 이미 정부의 대출규제가 타이트한 환경이 조성되어서 한국 부동산은 나름 튼튼한 담보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해외 사례처럼 LTV를 100~110%나 땡겨줘가며 집을 사게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에 경기가 좀 어려워졌다고 해서 집주인들이 대출 부담으로 집을 내던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금리까지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집을 내던질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인류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유동성을 공급받고 있다. QE1 ~ QE3에 이르는 유동성 공급에 비해, 포스트 코로나 시즌의 유동성 공급된 분량을 보면 미국에서 얼마나 큰 돈을 단시간에 공급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미국 사정 어려운 거 누구나 알고, 미국 기업들 2분기 실적이 얼마나 추락할지 누구나 알며,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파산할지 다들 알고 있지만 돈의 힘만으로 주가는 바닥으로부터 상당 부분 회복하고 말았다. 나스닥은 전고점을 돌파하여 1만포인트를 넘기도 하였다. 




이는 유럽,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경제가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기 전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경제가 KO당하는 것만은 막아보자는 생각을 누구나 하는 것이다.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돈을 좀 풀어대더라도 괜찮은, 통화가치가 어느정도 탄탄한 국가들만 생각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가 혹은 유럽, 일본과 같은 준기축통화 국가 정도나 가능한 발상이다. 그렇지 않은 국가가 함부로 따라했다가는 화폐가치 폭락으로 수입물가가 폭등해버릴테니.. 

그런데 한국과 같은 나라도 이제 돈을 풀어서 한국형 양적완화를 하겠다고 한다. 국고채 발행을 늘리고 (어쩌면 세율도 높일지도 모르고), 전국민 지원금을 지급하고 (어쩌면 또 지급할지도 모르고) 기준금리를 최저치로 인하하여 시중에 도는 돈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 한다.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돈을 쓰고 소비를 해야 기업들과 상인들이 먹고 살 수 있고 생산도 하고 또 성장도 할 수 있고 불라불라.. 맞는 말이다 돈이 있어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것은. 


하지만 그 끝은 결국 어떻게 될까? 조기에 긴축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풀려난 돈은 어디로 흘러들어갈 것인가? 그 돈이 모두 생산과 성장에 투자되어 디플레 위기에 빠진 경제를 수렁에서 구해낼 수 있으면 다행이겠으나, 세상일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거대한 유동성 공급량 중 일부는 주식 시장으로, 또 일부는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생산량이 늘어나거사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면 각 경제주체들도 이런 쪽으로 돈을 쓰겠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을 수록 풀어놓은 돈은 결국 선택적으로 자금이 몰리게 된다. 


이것은 인플레가 아니다. 화폐가격 하락으로 인해 생활물가가 오르는 그런 현상이 아니다. 단지 투자가치가 있는 자산을 찾아 선택적으로 자산이 몰리는 현상이며, 낮은 수익률이라 하더라도 일단 확실해보이기만 하면 뛰어드는 것이다. 예전에는 별 가치가 없어보였던 수도권의 역세권 주택이라던가 경기가 어느정도 살아있는 지방 소도시의 핵심지 부동산에는 계속 돈이 몰리는 것이다. 특히 지방 소도시의 경우, 그 동네의 입지 좋고 연식 얼마 안된 아파트의 월세 임대수익률이 한때 6~8%까지도 갓었지만 지금은 3~4%까지 떨어져도 입지가 어느정도 보장되고 신축이라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은행에 가서 1%도 안되는 예금 통장에 넣어서 묵히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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