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금액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이유

자산은 없고 대출만 가득하던 20대, 아득바득 대출을 갚고 순자산을 플러스로 만들기 위한 시간들이 있었다.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던 시기엔 힘들었지만, 그 기간이 지나고 순자산이 쌓이는 시기로 접어드니 자산 모으는 과정이 참 신나고 재미있었다. 계속 돈을 모으고 불리며, 1억이 2억이 될 때, 5억이 될 때, 10억이 될 때마다 그 순간을 기념하고 아내와 서로 격려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겪어온 시행착오들을 추억삼아 나누곤 했었다. 이 블로그에도 20억을 모았다고 글을 썼었는데, 벌써 2년도 더 되었다. 30억은 작년초에 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이후로 얼마를 돌파했는지에 대해 별로 목을 매지 않게 되었다. 
 

문득 주가를 자동연동시켜둔 스프레드시트를 열어보았다. 22년도는 정말 고난의 한 해였다. 
 
수시로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대한민국 부의 지도-상대적 부를 가늠할 수 있는 통계에 나의 순자산을 대입하여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가늠하고, 또 더 성장하기 위한 원동력을 삼기 위해 그런 과정들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름 셀프 동기부여였던 것이다. 
 
그러다 작년부터는 계산하지 않게 되었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 이유는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서이다. 작년에 자산시장에는 큰 하락이 있었는데, 정말 모든 자산들이 일거에 하락하더라는 것이다. 순자산 기준 최고점 대비 10억정도 하락하는 모습을 보며, 자산평가액이란 참 부질 없는 것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인플레가 띄워주고 금리인상이 박살낸 자산평가액의 변동성을 지켜보며, 이런 평가액의 등락에 심리적으로 휘둘리다 자칫하면 손가락 잘못 놀려 천길 낭떠러지 밑으로 추락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산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니 온갖 비관론자들이 유튜브와 경제채널을 휩쓸고 다니던 시기가 바로 작년 하반기였다. 다행히 현재는 자산평가액의 대부분이 회복되었다. 그나마 작년 초부터 금리인상에 취약한 자산들을 정리하고 인플레를 방어가능한 자산으로 리밸런싱했던 노력들이 유효하였다.  
두번째 이유는, 금액을 굳이 계산하지 않더라도, 적당히 먹고살 만큼의 현금흐름을 갖출 수 있게 되어서이다. 2년 뒤 조기은퇴를 계획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도 그냥 일을 그만두어도 적당히 먹고 살며 아이들을 교육시키기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의 현금흐름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자산평가액이 오르든 내리든, 내 통장에 매년 들어오는 캐쉬플로우는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에 더 중점을 두기 시작하니 자연스레 자산평가액에 대한 관심은 멀어져 갔다. 
 
자, 이제 앞으로의 2년은 현재의 자산들을 다시 리밸런싱하고,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준비를 마저 끝내기 위한 시간이다. 리스크는 분산하고, 유동성은 확보하면서 캐쉬플로우를 더 크게 만들기 위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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