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을 결정하는 제1변수 - 자산 재투자율

파이어족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 돈이란 녀석은 늘 다다익선이다 보니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해놓지 않는다면 평생 돈만 모으다 생을 마감할 지도 모른다. 

 

파이어한다는 것이 꼭 직업을 그만 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직업을 그만둬도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없어도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자산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대원칙이다. 여기에 2가지 전제가 추가되는데, 1) 원금을 까먹지 않아야 한다. 2) 수익의 일부는 꺼내 쓰되 일부는 재투자 해야 한다. 

1)은 너무 당연한 전제인지라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하지만 2)에 대해서는 약간의 계산이 필요하다. 남겨진 재투자 수익률이 최소 물가상승률만큼은 되어야 지속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감각을 깨우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A씨는 파이어를 위해 3억을 투자자산으로 보유중이다. 매년 5% 수익률을 거두어 1500만원의 수익을 낸다. 이 중 3%인 900만원(월75만원)은 은퇴 후 생활비로 이용하고 600만원은 재투자한다. 그럼 다음 해 투자자산은 3억600만원이 될 것이다. 다음 해 3억600만원 중 다시 5% 수익률을 거두면 1530만원의 수익이 난다. 자, 다시 1530만원을 3:2로 쪼개어 3%만큼인 918만원은 생활비로 쓰고, 612만원은 재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초년도에는 1500만원을 가지고 생활비로도 쓰고, 재투자 자금으로도 썼는데 2년차에는 이 금액의 총합이 1500만원에서 1530만원으로 늘어났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2%라면 이는 현상 유지가 가능한 수준이다 (1500만원 x 1.02 = 1530만원). 생활비 918만원도 전년도 900만원에 비해 2% 증가한 수준이고, 재투자 자본도 600만원에서 612만원으로 증가하여 2% 증가한 수준이다. 이듬해 얼마를 수익을 내건간에 물가상승률만큼 재투자가 되면, 현상 유지는 가능한 수준의 생활비를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이다.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산 5% 수익 생활비 재투자
초년도  300,000,000원 15,000,000원 9,000,000원 6,000,000원
2년차 306,000,000원 15,300,000원 9,180,000원 6,120,000원
3년차 312,120,000원 15,606,000원 9,363,600원 6,242,400원

자산과 생활비가 매년 늘어나는것처럼 보이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제자리걸음이나 다름없다. 현상 유지중인 것이다. 2년전의 900만원의 가치와 오늘 936만원의 가치는 거의 동일하다. (물가상승률 2% 가정하에)

수익률이 매년 10%가 나더라도 9%를 가져다 쓰면, 그리고 물가상승률이 2%대라면 자산의 실질가치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수익률이 5%밖에 되지 않더라도, 물가상승률 2%에 재투자 적립률을 3%로 맞출수 있다면 자산의 실질 가치는 점점 늘어나게 된다. 

 

결국 파이어족 자산관리의 지속가능성은 얼마나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자산 재투자율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자산재투자율이 가장 큰 변수이고, 수익률은 이에 비하면 종속변수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근로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종잣돈을 불려나가는 시절에는 수익률이 절대적이다. 원금에 손을 대지 않고 종잣돈을 계속 불려나가는 과정이므로 투자수익은 100% 재투자 된다. 하지만 파이어한 이후에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5%씩 복리로 불어나던 자산 중 내가 3%를 가져와버리면 나머지 2%로는 재투자 되더라도 자산의 실질가치는 증가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제자리걸음 상태가 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5%의 수익률은 꽤나 대단한 수익률이다. 72의 법칙으로 간단히 암산 가능한데, 14년이면 원금을 두 배로 불릴 수 있는 수익률이다. 파이어족은 이를 포기하는 입장이니만큼 자산계획을 상당히 신중하게 짜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은퇴하더라도 추가적인 수익원을 유지해 두는 것이다. 바로 소득 파이프라인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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